한국이 고도성장을 한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누구나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로 한국 부모들의 자녀 사랑(?)입니다.

‘나는 비록 못 먹고, 못 입고 고생하고 있지만, 내 자녀들만은 이런 고생을 하게 할 수 없다.’는 자녀 사랑이 교육열을 높였고, 그게 바로 고도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거죠.

그런데 요즘은 자녀 사랑이 지나쳐서 성인이 다 된 자녀들도 품속에 두려는 ‘헬리콥터 맘’을 비롯한 극성 부모들이 판치고 있습니다.

요즘 장관 인사 청문회(?)에서도 불법 재산 축적 외에 단골로 나오는 것이 바로 자녀에 대한 문제인 것을 봐도 이런 현상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녀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자녀들에게 어떻게 재산을 물려주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과거에는 부모가 장남에게 거의 모든 재산을 물려주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농경 사회나 산업 사회 초기만 해도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농토나 자본(시설)의 규모가 큰 게 유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농토나 자본을 쪼개 주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물려주고 가족들이 같이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는 게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즉 장남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제도는 장남 개인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집단에 물려주되, 장남이 대표로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요?

아직도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식을 사랑해서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재산을 물려주게 되면 오히려 자식을 망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직도 자신이 죽은 후에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습니다.

우선 자식들은 부모 재산이 자신의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부모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전형적인 예로 요즘 국가에서 노인층을 대상으로 생활 안정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역모기지론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부동산이 거의 전 재산인 한국의 노인층의 경우에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빌려 쓰고 사망 시에 주택을 처분해서 정산하는 역모기지론은 상당히 바람직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역모기지론이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한 이유는 바로 자녀들이 자신의 재산(?)인 부모의 주택을 왜 부모들이 맘대로 처분하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예로 배우자가 사망하여 노년에 새로운 짝을 만나 결혼을 하려고 해도 자녀들이 극구 반대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부모 재산이 새로운 배우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연애하는 관계로만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자신의 재산도 자신이 맘대로 할 수 없는 게 한국 부모들의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를 일찍 독립시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성년이 되면 부모 곁을 떠나 정신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독립을 해서 부모와 별개의 개체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모와 정서적인 유대 관계야 갖고 있어야 하겠지만, 서로 독립된 개체로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자식에게 꼭 재산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자녀가 독립하는데 돈이 꼭 필요한 2, 30대 젊은 시절에 재산을 물려주십시오.

그리고 ‘이 돈으로 독립해라. 그리고 앞으로 내 재산은 내가 다 쓰고 죽을 거니까, 넘보지 말라.’고 선언하십시오.

그게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부모가 죽어서 재산을 물려줄 시기가 되면 자식도 노년이 되는 데, 그 때 재산을 물려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재산을 물려줄 것 같아야 자식들이 부모를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으시다고요?

하지만 그렇게 찾아오는 자식은 부모를 걱정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언제 죽나 살펴보러 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