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보비(Jean-Dominique Bauby)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3주 후, 의식을 회복했지만 전신마비가 되었고,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왼쪽 눈꺼풀뿐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왔지만, 가만히 있으면 침이 밖으로 흐르고, 소리 내어 울 수도 없고, 사랑하는 아들을 안아 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벼랑 끝에서 그는 작은 날개짓을 시작합니다.
눈 깜빡임 신호로 알파벳을 지정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때로는 한 문장을 쓰는데 하룻밤을 지샜습니다. 그렇게 15개월 동안 20만 번 이상의 눈을 깜박거려 '잠수복과 나비'를 저술합니다. '잠수복'은 전신마비의 상황을 상징하고, '나비'는 자유롭게 날아가고픈 마음을 의미합니다.
책에 기록된 그의 이야기는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고, 눈물을 자아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유머와 풍자가 있으며, 해질 무렵의 장미꽃, 비 오는 날의 나른함, 잠들기 전 울음보를 터뜨리는 어린아이 등 삶의 평범한 조각들을 통해 우리 주변의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일깨워 줍니다. 그는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잠을 자고 눈을 떴으면서도 그것이 행복인지도 모르는 채 오히려 툴툴거리며 일어났던 그 아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한단 말인가."
보비는 '잠수복과 나비'를 저술한 후, 며칠 뒤 죽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그가 그토록 원했던 나비같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일상들, 예를 들어 마음껏 잠을 자고 아침 햇살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큰 선물이고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