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주 뜻 깊은(?)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아는 후배가 1000회가 넘는 공연을 한 피아니스트의 특별 공연에 초대를 해서 관람한 것입니다.

윤효간이라는 피아니스트가 <피아노와 이빨>이라는 제목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3일간 하는 공연인데 저는 첫날 공연을 관람한 것입니다.

피아니스트가 하는 공연이 뭐가 그리 특별해서 여기에 소개하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저도 윤효간의 <피아노와 이빨> 공연이 1250회가 넘었다고는 하지만, 피아노 공연이면 공연이지 무에 그리 특별하겠느냐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1250회 공연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특이한 점은 윤효간이라는 피아니스트는 고졸(중퇴?)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피아노를 전공하지 않은 것은 물론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는 부잣집에 태어나서 어릴 적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중학생 때 피아노 콩쿠르에 나갔는데 등수에 들지 못하고 나서는 ‘왜 피아노는 악보에 정해진 대로만 쳐야 하는 건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 규격화된 피아노 연주를 배우라는 주위(부모?)의 뜻을 거부하고 고3때 가출을 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자신만의 피아노 연주 방법을 개발(?)해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의 피아노 연주방법이 독특할 뿐만 아니라, 피아노가 무대 위에만 있어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사막 위에도, 폐허 위에도, 국군 장병들 속에도 피아노를 놓았습니다.

그는 피아노를 운반하기 위한 전용 차량까지 구비하고 있습니다.

윤효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자신만의 해석에 의한 연주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피아니스들은 악보에 약하게 치라는 곳에서 세게 쳐 보고, 한 옥타브 올리거나 내려서 치는 파격적인 연주는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효간은 악보와는 다른 연주를 하면서 이를 ‘세상에서 오직 윤효간만이 하는 연주’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일개(?)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대해 소개를 드리는 이유는 바로 제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차별화된 1등’에 대한 살아있는 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1등하면 수학에서 1등, 영어에서 1등, 학급에서 1등, 피아노 연주에서 1등을 생각합니다.

또한 그 1등의 기준이 정해진 규격에 얼마나 잘 맞추느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거의 1등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도, 학교도 창의적인 능력을 강조하는 것이겠죠.

문제는 우리가 이런 창의적인 능력 자체도 규격화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창의적인 능력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고 그걸 즐길 수 있어야만 길러지는 것입니다.

윤효간 피아니스트의 경우에도 피아노를 단순히 정해진 규격에 의해 잘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즐기는 도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윤효간만의 피아노 연주’가 가능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연주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날 연주회에도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관람을 왔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들은 것도 그런 부모들을 위해서 윤효간이 직접 자신의 얘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거기에 온 아이들 중에서 어떤 아이가 윤효간을 따라서 했다고 해서 윤효간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때는 이미 ‘차별화된 1등’이 아니라, 규격화된 1등이 되기 때문입니다.

차별화된 1등이 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자신만의 분야를 만들어서 거기서 1등을 하면 됩니다.

아니 자신만의 분야를 만들면 저절로 1등이 됩니다.

남이 만들어준 분야에서 1등하기는 너무 어렵지만, 자신이 만든 분야에서는 얼마든지 1등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저는 지방 대학에 강연을 갈 때면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고 합니다.

고졸 학력인 윤효간이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자신만의 길을 찾아 ‘차별화된 1등’이 되기 위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격화된 1등이 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님, 선생님, 주위로부터 구박을 받아 주눅이 든 지방대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이제 세상은 과거의 규격화된 1등 인재도 필요하지만, ‘차별화된 1등’을 더욱 더 필요로 합니다.

자녀나 제자가 ‘차별화된 1등’ 인재가 되도록 도와주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