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상을 떠난 LG 그룹의 구본무 회장님 관련 기사를 보고 나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재벌 그룹에 보이는 국민들의 반감을 고려할 때 그가 보인 행보를 다른 재벌들도 귀감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구본무 회장님의 정경유착에 대한 거부감이나 간소한 장례식과 수목장을 하도록 유언을 남긴 것은 누구나 본받아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됩니다.

LG 그룹이 삼성에 비해 빨리 성장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어쩌면 이는 정경유착을 멀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삼가 고 구본무 회장님의 영면을 빌면서, 후손들이 상속에서도 모범을 보이길 기대합니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젊었을 때 열심히 벌어서 나이 들어 병원에 다 기부하고 간다고 한탄하는 소리를 했습니다.

100세 시대가 되다보니 60세가 넘어가면 임플란트, 인공관절 치환 등으로 목돈이 들어갑니다.

또 나이가 들면 당연히 여기저기 아프게 되니, 병원을 찾게 되고, 결국 연명치료를 하다가 죽고, 장례식도 병원에 치르니 병원에 돈을 기부하는 셈입니다.

임플란트와 인공관절이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연명치료와 병원에서의 장례식은 생각해볼 여지가 많습니다.

우선 연명치료는 기본적으로 죽음을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질병으로 여기는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산소 호흡기와 튜브를 통해 억지로 영양 공급을 해서라도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다시 살아나 건강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면야 당연히 연명치료를 해야겠지만, 가망성이 없는 데도 연명치료를 하는 것은 고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행히 2016년 1월 8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어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면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니 저도 꼭 작성해 두려고 합니다.

요즘 죽음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율이 암이기 때문에 죽을 때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염려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심장마비 등으로 갑작스럽게 죽는 것도 복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죽을 때 당하는 극도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일부 국가에서는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불교의 고승들이 자신이 죽을 날을 미리 알리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님들 중에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정도로 높은 수양을 닦은 스님이 계시다는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그처럼 높은 수양을 닦은 스님들은 세상에 알려지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알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처럼 자신의 죽음을 예언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고승들의 비결은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곡기를 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몸이 쇠해서 곡기를 끊으면 금방 죽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자살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서 타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는 방법일 것입니다.

저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자살용 약물을 이용하는 안락사는 받아들이지 않지만, 고승들이 받아들인 죽음의 방법은 괜찮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차피 죽음이 삶의 또 다른 형태라면 연명치료를 하면서 구차하게 사는 것보다는 죽음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요?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죽음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