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기 회원은 2008년에 본 협회 산업카운슬러1급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학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미국Denver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행정학 석사, 미국Denver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행정학 박사

1990년 대한적십자 국제협력과장 및 국제기구과장으로 입사하여~2008년 대한적십자 교육원장 겸 국제인도법연구소장으로 퇴임하였으며,2009~2011년 한양전문학교 학장을 역임 하였다.  

현재는 본 협회 교수 및 효와 행복연구소장으로  인성과 행복,인생의 성공과 행복, 효와 행복인생 등 교수로 활동중이다.

2013년에는 (사)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이 주최한 10회 글짓기대회에서는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장상(2013년 10월 25일, 프레스센터)을 수상하였고,2015년에는 (사)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이 주최한  12회 글짓기대회에서 서울시장상을 수상하였으며,2016년에는 (사)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이 주최한 13회 글짓기대회에서는 대회장상을 수상하였다.

*아래글은 고영기 회원이 2015년도 (사)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이 주최한 제12회 전국장애인 문예글짓기대회에서 서울시장상을 수상한 글입니다. 

할머님의 정화수(井華水)

효와 행복연구소장 / 교육학박사 고영기

나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할머니집에서 자랐습니다. 학교는 4km나 떨어져 있어 덥거나 추운날에는 어린 나에게는 매우 먼 길이었습니다. 겨울에는 추울까바 조그만 돌을 화로에 덥혀 학교가는 어린 손자의 손에 쥐어 주시는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할머니의 뜨거운 사랑을 느끼며 이 순간에도 가슴이 메어 옵니다.

할머니 집은 전체 동네 가구가 일곱집에 불과하여 내 또래라야 겨우 3-4명에 불과하였고, 집집이 멀리 떨어져 있어 친하게 지내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과수원집을 제외하면 나의 할머니집은 두 번째로 큰 집이었고, 집앞에 넓은 밭들이 있고, 집 주위로는 밤나무와 딸기밭등이 있어 상당히 큰 집이었습니다. 특히 맑은 날에는 멀리서나마 어리석은 사람도 지혜롭게 만든다는 지리산(智異山)이 웅장한 자태를 보여주고, 집에서 오분가량 걸어가면 섬진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섬진강 옆의 하얀 모래사장과 예쁜 자갈밭등은 지금은 어데서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어릴때 같이 놀 친구들이 없어서 친하게 교류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나, 집안에는 커다란 집에 징조할머니와 할머니 할아버지 나등 총 네식구 밖에 없어 말을 나눌 상대가 별로 없었던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의 성격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것 같습니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는 말을 가끔 떠올리며 그 말이 나이가 먹을수록 나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라고 느낀게 여러번이었습니다. 즉 세상을 너무 늦은 나이에야 알았다는 말입니다.

여름에는 아름다운 모래가 깔린 섬진강에서 은어를 잡거나, 집앞의 밭에서 기른 수박을 던지면서 놀았던 기억은 지금은 칠십을 바라보는 나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싸리나무로 된 울타리에 새까맣게 날아든 잠자리를 잡는 재미는 해 본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잊을수 없는 추억의 세계입니다. 겨울에는 얼음이 언 섬진강가에서 얼음을 깨고 물고기를 잡았던 낚시의 추억등은 지금도 바로 엊그제같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아름다운 추억의 연속입니다.

특히 지금도 항상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은 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 할머니께서 새벽마다 방에다 조그만 상를 차려놓고 집 앞마당에 있는 깊은 우물에서 떠오신 정화수(井華水-첫새벽에 길은 맑고 정한 우물물)를 떠놓고 비는 모습이었습니다.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서 요강에 오줌을 눌때도 할머니는 어김없이 정화수 앞에서 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할머니가 기도를 할 때는 옆에 누가 다가가도 모를 정도로 온 정성을 다하셨습니다. 보나마나 자손들 잘되게 해달라고 빌었겠지요. 그것이 우리 할머니의 유일한 소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새벽에 일찍 눈을 뜬 날은 누운채 할머니의 기도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날이 어두워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두 손을 비비면서 연신 허리를 굽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엊그제같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청소년기를 거쳐 사회생활을 하면서 좌절하고 인생의 목표를 잃고 방황할 때가 수없이 많았습니다. 내 주위에 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고 삐딱한 유혹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저를 올바른 길로 가도록 붙잡은 것은 할머니의 생전 모습이었고, 기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해 온것 같습니다. 남에게 크게 못할 짓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나쁜 짓을 많이도 한 것 같읍니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저를 지켜주고 지탱해 준것은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신 할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한 제가 이제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가끔 하나뿐인 자식이 저의 속을 썩일 때는 화가 납니다. 혼자 화를 내다가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자식을 대하는 마음이 우리 할머니가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는 그 정성의 절반도 간절하지 못하면서 나는 자식에게 너무 지나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우리 할머니는 말도 잘하지 못하셨고,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시지 못하셨지만 할머니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하는 꾸준한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나는 사람의 도리를 배울 수가 있었던 것 같읍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우리 자식들의 예절과 살아가는 태도가 형편없다고 불평들을 하지만 과거에 우리 어르신들이 우리를 위해 쏟았던 정성과 흘렸던 눈물을 지금 우리들의 자식을 위해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꼭 자식들만 탓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같이 쓸쓸하고 허전한 때에는 할머님 당신은 모질고, 험난한 세월을 살으셨지만 이 손자는 당신 덕분에 그나마 행복한 세월을 살아왔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살아만 계신다면 “당신을 만나 참 행복하였읍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칠십이 내일모레인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제가 인생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가도 이내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할머니의 기도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험난하고 어지러운 세상이라 하지만 아무리 모진 세파에 흔들려도, 이런 누군가의 진실한 사랑을 간직한 사람은 어떤 진흙탕 속에 있더라도 결코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또 타인이나 세상을 원망하지 아니하고 자력으로 세상의 풍파를 이겨 나간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늦게나마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할머니에 대한 불효를 생각하며 할머니에 대한 추억의 글을 쓰는것은 다음 생에는 거꾸로 태어나 내가 할머님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진실 때문이기도 합니다. 파울로 코엘료가 <연금술사>에서 언급한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라는 말처럼 저승에 계신 할머님의 마음이 우주의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와 할머님께 못다한 효를 타인들은 불효를 후회하기 전에 실천하도록 알려주는게 나의 임무고 사명감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지난일을 거울삼아 미래는 희망으로 가득차게 하기 위하여 매일매일을 의미있고 새롭게 살아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