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조이산어록(正祖李祘語錄) - 문장

"글은 성정(性情)에서 나오는 것이고 글씨는 심획(心顳)이다. 그러므로 더욱더 기상을 이해해야 하는 것인데, 그대들의 문체와 자획은 모두 까다롭고 난삽한 병통이 있으니, 깊이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정자(程子)는 "글씨를 쓸 때는 잘 쓰려 들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서도 배우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하였다.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이다. 옛사람은 "마음이 바르면 글씨가 바르게 된다."고 하였다. 글자가 서툰가 익숙한가에 따라 당당할 수도 부끄러워할 수도 있지만, 점획(點畫)과 범위(範圍)는 바르고 곧아야 한다.

통치 시절 정조를 마음 아프게 한 것은 사대부의 필법이 대부분 가늘고 경박하고 날카로워 전혀 아름답지 않은 것이었다.

정조는 학문의 기본은 마음을 곧고 고요하게 다스리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그러면 문장에 올바른 자세와 기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조는 "글을 짓거나 글씨를 쓸 때는 기상이 넘치고 조리가 닿아야 하는데, 지금 사람들은 아름답게 꾸미고 일정한 틀에 맞추려고만 든다. 그래서 답습하여 조리가 전혀 닿지 않고, 모방했지만 기상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며 "기상과 이치라는 것은 힘으로 취하고 억지로 찾아서 되는 것이 아니니 먼저 실질적인 학문과 실질적인 쓰임에 뜻을 두고 이를 바탕으로 내면에 주체성을 지녀서, 기르는 데 근원이 있고 발하기를 정확히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선 후기에는 중국의 문물을 그대로 들여와서 그것을 답습하는 풍조가 성행했다. 정조는 형식을 모방하는 가벼운 중국풍 문장을 천박하다 평하고 경전 학습을 바탕으로 충분히 문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조의 말을 입증하듯 후에 규장각에서 박제가, 정약용, 박지원 같은 당대 문장가가 탄생했다. 또 조선 시대 최고의 장인들이 탄생했으니 바로 김홍도와 정선, 신윤복 등이다. 이는 학문과 실질을 숭상하는 풍토가 바탕을 이뤄 나타난 결과이다. 문장을 읽어보면 그 시대를 논할 수 있다.

정조는 "정당한 말과 바른 논의를 모든 사람에게 다 요구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예사로운 차자(箚子, 간단한 서식의 상소문)나 상소에서도 잘잘못을 짚고 넘어가는 뜻을 볼 수 없다. 그러니 후세 사람들이 읽는다면 오늘날 세상을 어떻게 평하겠는가. 임금에게 고하는 때는 반드시 경건함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일득록』에는 "전교(傳敎, 임금이 명령을 내림)나 판부(判付, 신하가 올린 안(案)을 임금이 허가함) 등의 문자는 일반적인 글과는 다르므로 반드시 단숨에 써 내려가야 비로소 논리적이고 타당한 글이 된다. 만약 구상하여 초안하고 경영하여 수정을 가한다면 명하려는 뜻과 사실이 도리어 많이 빠지게 될 뿐만 아니라 문장의 기상도 흩어져서 정채(精彩, 생기가 넘치는 활발한 기상)가 적어진다."는 구절이 있다. 그러므로 유행을 좇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학문의 수준에 맞추어 정성을 다한다면 좋은 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문장 (정조이산어록, 2008. 1. 25., 고전연구회 사암, 손인순)